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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미국 서바이벌
미국은 전체적으로 At-will employment (해고 자유 원칙)을 따르고 있다. 언제든지 고용주는 직원을 해고할 수 있고 직원도 언제든지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다.그래서인지 한국 만큼 퇴직금을 주는 직장이 많이 없다. 나는 Severance agreement (퇴직금 동의서)에 관련된 사건을 맡게 되었다. 그 사건은 고용주가 퇴직금을 주는 대신 직원에게 부당한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예를 들면 직원의 입막음을 하기 위해 광범위한 confidentiality (비밀 보장 조항)을 요구한다던지 고용주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할 수 없게 non disparagement clause (비방 금지 조항)를 집어넣었다. 나의 클라이언트는 이러한 조항들이 자신의 권리를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여 퇴직금 동의..

2024년 4월 30일. 어제 나의 29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아주 예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책 중에 "스물아홉 생일, 1 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란 책이 있다.그걸 읽었을 때만 해도 내가 그 나이가 될 거라곤 생각치 못했던 것 같다. 나의 20대가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다니 허무하기도 하다.가장 예쁠 나이에 연애도 더 해보고 데이트도 더 해봤으면 좋았을 걸이란 생각도 든다.하지만 후회스럽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의 20대는 꿈을 향해 후회 없이 달려갔기 때문이다. 2017년, 22세대학교를 졸업했을 때는 위풍당당했다.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줄만 알았고 두려움이 없었다.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로스쿨 준비 시험인 LSAT 공부에 돌입했다.독서실을 끊고 무작정 독서실에 출근하기 ..
입사하고 나서 처음 맡았던 큰 사건이 드디어 합의를 보면서 종결되었다. 내가 사건을 맡은 건 약 1년 3개월 전이니깐 나의 1년 6개월 회사 생활 중 어쩌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세 명의 클라이언트들을 만났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분들은 조지아 시골에 위치한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부였다. 이 분들의 이야기들을 듣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남부 억양이 있기도 하고, 말을 횡설수설 하기도 했고, 본인이 생각한 대로 사건이 흘러가지 않으면 다짜고짜 화를 내거나 나에 대해 컴플레인을 걸기도 했다. 실제로 내 상사한테까지 전화를 걸어서 나에 대한 컴플레인을 한 분도 있다. 나한테 전화를 수시로 거시는 분도 있어서 그분은 내 핸드폰에 저장해 놓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전화를..
저번 주에 클라이언트 중 한 분이 나에게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내가 일을 잘 못했다고 하면서 정확히 나의 "인종" 때문에 내가 케이스를 잘 조사하지 않아서 이 사건이 기각당했다고 했다. 내 상사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사건은 우리 오피스를 벗어나서 워싱턴 디씨에 있는 본사까지 넘어갔다. 상사는 이 사건에 대한 나의 입장문을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 분이 아무리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문제 제기를 했으니 우리는 여기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장문을 써야하기에 내가 이 사건을 맡고 나서부터의 기록을 다시 훑어보았다. 그랬더니 처음부터 낌새가 안좋긴 했다. 엄청 예민한 분이라는 걸 그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처음에 진술서를 받기 위해 약속을 잡았는데 몇 번이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