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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미국 서바이벌
몇 주 동안 재판 준비로 바쁘고 야근도 했던 나를 위해 오늘 드디어 휴가를 썼다. 원래는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마침 취소가 돼서 온전히 나 자신만의 휴가가 되었다. 어딘가를 가거나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그냥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나의 몸과 마음을 재정비 해서 앞으로 또 나아갈 수 있도록. 오늘 미뤄두었던 택배도 부치고, 멀어서 몇 달 동안 못 갔던 코스트코에 가서 장도 봤다. 코스트코에서 내가 좋아하는 연어도 사서 연어 덮밥도 해먹고 연어장도 만들었다. 그리고 요즘 나의 취미인 핫요가도 하면서 굳었던 몸을 풀고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특별한 걸 하진 않았지만 미뤘던 일들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것들로 채웠던 하루였다. 아무런 약속이 없어서 오히려 나에게 온전한 휴식을 줄 수 있었다. 만..
“When one door of happiness closes, another opens; but often we look so long at the closed door that we do not see the one which has been opened for us.” Helen Keller 사람은 자기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이 있는 법이다. 나도 지금의 직장에 오기 전에 많은 내적 갈등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확신할 수 없었고 그랬기에 모든 가능성을 끝까지 열어두었다. 로스쿨에 들어오기 전부터 노동법을 하고 싶었지만 막상 3학년이 되니 그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오히려 관련 수업도 듣고 인턴십도 해보니깐 내 생각이랑 다른 부분이 많았다. 저번에 다루었던 법의 한계를 느끼며 답답하기..

벌써 2023년이 된 지 2주째다. 일을 시작한 지는 내일이면 120일이다. 이러다 금방 1년 차 변호사 되겠다. 이제 내가 맡는 사건만 기본적으로 15개 이상이다. 이것저것 일처리 하다 보면 1주일이 금방 가는 것 같다. 여느 직장인답게 일요일 밤이 되면 월요병 때문에 슬퍼지고 금요일이 가까워질수록 행복해진다. 난 워커홀릭이 될 성격은 정말 아닌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월요일이 찾아왔는데 일 끝나고 피곤해서 K.O. 가 되어서 낮잠까지 잤다. 주말에 놀고 나서 일하니깐 몸이 적응이 안 되었나 보다. 일을 시작한지 4개월째 접어든 이 시점 벌써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변호사로서 나의 실력을 어떻게 더 키워야 할지, 나의 직업적 소명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일에 대한 소명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 어..
Emotional validation이란 것은 상대방의 감정이 유효함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이번에 내가 맡게 된 사건은 여태까지 맡았던 것 중 가장 큰 사건이다. 한 직장에서 세명이 우리 기관에 노조와 직장을 상대로 컴플레인을 걸어서 많은 조사가 필요한 사건이다. 그 직장은 몸이 좀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는 좋은 취지의 비영리 단체인데 그 단체 내부를 들여다보니 착하다고 할 수가 없다. 물론 사실 관계를 아직 다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직장 내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불편함이 있는 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일할 때 인간적으로 느껴야 할 최소한의 존중을 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