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미국 서바이벌
기나긴 사건의 끝, 그리고 여운 본문
입사하고 나서 처음 맡았던 큰 사건이 드디어 합의를 보면서 종결되었다.
내가 사건을 맡은 건 약 1년 3개월 전이니깐 나의 1년 6개월 회사 생활 중 어쩌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세 명의 클라이언트들을 만났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분들은 조지아 시골에 위치한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부였다. 이 분들의 이야기들을 듣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남부 억양이 있기도 하고, 말을 횡설수설 하기도 했고, 본인이 생각한 대로 사건이 흘러가지 않으면 다짜고짜 화를 내거나 나에 대해 컴플레인을 걸기도 했다. 실제로 내 상사한테까지 전화를 걸어서 나에 대한 컴플레인을 한 분도 있다. 나한테 전화를 수시로 거시는 분도 있어서 그분은 내 핸드폰에 저장해 놓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전화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사건이 작게 시작해서 점점 커지는 것을 직접 보게 되었다. 처음엔 단순히 징계만 받았다가 점점 상황이 악화되더니 사건의 끝무렵에는 세 분 모두 해고를 당했다. 그래서 이 사건이 종결되었지만 그분들에게 이 사건의 종결이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합의서에 고용주가 직원들을 다 모아놓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위법을 하지 않겠다고 공지하는 사항이 있는데 (notice reading) 이 사건을 제기한 분들은 정작 그 공지를 듣지 못할 것이다.
합의서에 서명한 후 세 분 중 한 명이 나에게 따로 이메일을 써주셨는데 그 내용이 큰 울림을 주었다.
"I know it does not matter as I am no longer with the company... , but nevertheless it feels good to know maybe someone else cannot be unlawfully punished for what is held by the federal government lawfully."
저는 이제 그 곳에서 일하지 않기 때문에 저에겐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 곳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이 연방 정부가 보호하는 법을 행사했을 때 징계를 당하지 않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너무나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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