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미국 서바이벌

직장 둘째주 마감: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본문

병아리 회사 생활

직장 둘째주 마감: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병아리콩콩 2022. 9. 24. 13:32

송민호의 ""이란 랩에 이런 가사가 있다. 

 

뒤돌아봤을 때
생각보다 멀리
와 있었어 난 혼자였고
문득 겁이 났지
내가 날 봤을 때
지쳐 있단 사실을
몰랐었어 난 외로웠고
문득 겁이 났지
...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어른이 되기엔 난 어리고 여려
아직도 방법을 모르고
부딪히는 짓만 하기엔 너무 아프다는 걸
이제 알았어 너무 늦었나 봐
무식하게 채찍질만 하기엔
아물지 않은 상처가 너무 많아


"문득 겁이 났지" 란 말이 참 와닿는다.

여태까지는 앞만 보고 목표물을 향해 달려오다가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해 정신을 차려보니 '나 여기서 뭐하는 거지?' 하며 정말 "문득" 겁이 난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직업,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지낸지 한 달이 되어간다. 이 곳에 이사온지는 한 달, 일을 시작한지는 이주가 되었다.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누군가 나에게 정답을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 그런 마음이 수도 없이 들었던 한 달이었다.

 

내가 여기서 있는게 맞는 것일까? 난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난 이 일을 앞으로 언제까지 해야 할까?

이 회사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내가 다른 사람들 보다 잘 할 수 있는 건 어떤 것일까?

미국에서 비주류인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영어가 제 2 외국어인 내가 변호사로서 성공 할 수 있는 것일까?

새로운 도시에서 난 언제쯤 적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을까?

 

이번 주도 저번주와 비슷하게 대부분의 시간을 트레이닝 자료들을 읽으며 흘러갔고 난 첫 케이스를 받아 assignment를 제출을 했다. 사실 쉬운 케이스 였고 내 기준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내 슈퍼바이저가 보기엔 어떨지 궁금하다. 아직 피드백을 받지 못했는데 다음주엔 알려주실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을 기대하는게 내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기에 이것 저것 틀렸다고 지적해 주실것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저번주와는 다르게 이번주는 처음으로 오피스에 갔다.

첫 출근 길 기념으로 찍은 사진. 차를 세우고 회사로 걸어가는 중. ㅎㅎ

앞으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피스에 출근을 하고 나머지 4일은 재택 근무를 하게 될 것 같다. 확실히 오피스에 가니 직장인 느낌이 좀 들었다. 재택 근무땐 "출근" 15분전에 겨우 일어났는데 오피스 출근을 하려니 두시간 전에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운전해서 가는데 빌딩 사이로 해가 뜨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회사에 도착해서 우편으로 미리 받은 나의 첫 사원증을 보여주고 빌딩에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공항에서 처럼 security check를 하는데 나는 사원증을 보여주니 바로 통과하는게 새삼 신기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나의 첫 사원증이 너무 뿌듯하다.

 

오피스에 가서 처음으로 화상으로만 만났었던 나와 같은 신입 사원 한명과 다른 오피스 사람들을 만났다. 슈퍼바이저가 점심에 피자를 사주셔서 맛있게 먹고 심지어 일찍 퇴근해도 된다고 하셔서 2시간이나 일찍 퇴근했다. 일찍 퇴근 했는데도 불구하고 집에 오니 엄청 피곤해서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기운이 없어서 점심에 먹고 남은 피자 싸온걸 데워서 먹었다.

 

하루 회사 갔다고 체력이 고갈된 걸 보니 정말 알에서 막 깨어난 병아리가 따로 없었다... 안타깝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 나이는 어른인데 왜 난 아직도 너무 어리고 약한지. 나의 아버지는 어떻게 한 회사를 20년 넘게 다니신건지. 매일 아침 어떻게 일어나신건지. 어떻게 하면 꾸준하고 성실한 회사원이 될 수 있는건지.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Comments